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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희극인, 타고난 영화감독 우디 앨런(Woody Allen)


그의 영화의 좋은 점만 묘사하자면


코미디언의 유머감각을 발휘하여 풍부한 해학과 과장, 풍자를 도시의 아름다운 광경 안에 담아낸다는 것입니다.



여러 도시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특히 뉴욕에 대한 사랑이 돋보이는데요. 


이 글에서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그의 수많은 영화 중 두 편,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Everyone Says I Love You, 1996)>와 <카페 소사이어티(Cafe Society, 2016)>를 다루겠습니다.


두 영화의 주제가 겹치는 것도 아니고, 우디 앨런의 대표작도 아니지만 둘을 선택한 이유는



사진출처 ibdb




둘 다 산토 로카스토(Santo Loquasto) 라는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영화의 공간을 총괄 디자인했기 때문입니다. 


뮤지컬/연극 무대 디자인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지만 우디 앨런과의 꾸준한 협업으로 영화에서도 감각을 발휘하고 계십니다. 




각각 1930년대,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뉴욕 상류층 또는 중산층의 공간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살펴보고 영감도 얻어봅시다. 


영화에 대한 작은 코멘트(스포일러 포함)도 적어보았습니다. 





     산토 로카스토가 그려낸 뉴욕 실내 디자인




     1. 간접조명들로 밝힌 공간. 특히 다양한 디자인의 갓을 씌운 스탠드 



사실 같은 디자이너가 맡았다는 것을 알고 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두 영화를 보다가 유사점을 느껴서 같은 디자이너임을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그의 고증과 감각에 따르면, 뉴욕의 중상류층 가정은 다양한 간접조명으로 실내를 따뜻하게 밝히는 것을 선호합니다. 




<카페 소사이어티>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이하 <에브리원>)



특히 로카스토의 디자인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다리꼴의 갓을 씌운 테이블램프입니다. 


실내 씬이 나오는 곳이면 어느 곳에나 들어가 있습니다. 마치 뉴욕의 전유물인 것처럼. 


갓과 기둥의 디자인도 다양하여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테이블램프들이 등장합니다. 어디서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모아왔는지 궁금합니다. 


사진의 색감으로 볼 수 있듯이 직접조명 없이 작은 조명들이 공간의 한 부분씩을 맡아서 밝히고 있습니다. 


사다리꼴의 갓은 빛을 주로 아래로 퍼지게 하고 광원과 직접 눈을 마주하지 않게 하는


안정감 있으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입니다. 





     2. 거울, 액자, 접시 등 아기자기한 장식들.  손길이 많이 묻어나는 공간



한국에선 아무래도 벽에 구멍을 내어 무엇을 다는 것에 대해 어려움과 거부감이 있습니다 (전세집 월세방이 많은 까닭일까요)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요즘은 특히나 그렇습니다. 


반면 영화 속 뉴욕과 할리우드(캘리포니아)의 가정은 소품과 그림으로 벽을 가득 메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카페 소사이어티> 1930년대 할리우드의 어느 식당.



거울과 그릇, 헌팅트로피 등 다양한 벽장식들이 공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거울 앞 콘솔을 가득 채운 사진들과 앤틱한 테이블램프






중산층 가정집입니다. 역시 벽에는 프랑스풍의 접시와 자수가 걸려 있습니다. 


'가정집'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따뜻한 분위기의 주방을 꾸미고 싶다면 참고해도 좋을 소품들입니다. 



<에브리원>



역시나 벽엔 아기자기한 액자와 접시들이 걸려 있습니다. 순전히 장식을 위한 작은 선반도 있네요. 





시대적 배경이 바뀐 까닭인지 사진작품들이 걸려 있습니다


골디 혼(Goldie Hawn) 뒤에 가려진 콘솔에는 여러 장식과 식기들과 함께 예쁜 그릇이 하나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접시나 그림, 거울 등으로 빈 공간 없이 풍성하게 채우는 것을 미국식 인테리어의 한 전통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 배경상 약 반세기의 시간적 갭이 있는 만큼


차이점도 많이 있는데요


일단 컬러의 활용입니다. 1930년대의 뉴욕에 비해 90년대에는 훨씬 더 벽과 가구의 색이 다양해집니다. 


 



<에브리원>,  붉은 벽과 화려한 그림들






드류 배리모어의 방. 화려한 꽃무늬 벽지입니다. 






화장실에는 초록색 타일이 쓰이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창문장식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띕니다. 당시 유행이었던 걸까요.

 

깨끗한 통유리를 선호하는 요즘,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참고해 볼만 합니다.

 



<카페 소사이어티>


독실한 유대교 신자의 집입니다. 종교적 색채를 담은 스테이드글라스로 창문을 꾸몄습니다. 



 


할리우드의 한 모텔입니다. 


역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스테인드글라스입니다.


언젠가 다시 유행으로 돌아올까요?


 

<에브리원>


90년대로 넘어오면 화려한 프릴 커튼이 실내를 꾸밉니다. 





블라인드도 등장했습니다. 편안해 보이는 서재입니다. 

 

 

 


마지막으로 ,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 디자인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30년대의 경우 벽 자체를 설계할때부터 문 없이 뚫어 놓는 것이 보편적이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문을 달기 어려울 것 같은 구조입니다. 독특한 곡선을 활용했습니다.



 


              



 


곡선을 활용한 침대는 덤입니다. 클래식한 느낌이 나네요.

 




다시 90년대. 두꺼운 몰딩을 직각으로 입힌 90년대의 모습과 전면적으로 비교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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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고,

 

영화의 이미지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스포일러있음]

 

두 영화는 우디앨런 특유의 과장과 유머를 담고 있긴 하지만

 

스타일과 주제가 아주 다른 작품들입니다.


 

<카페 소사이어티>보다 시대적배경은 더 최근이지만 거의 20년정도 전에 제작된 <에브리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가족구성원들의 에피소드들을 담은 흥겨운 뮤지컬영화입니다. 유령들이 춤추는 씬, <라 라 랜드>처럼 메인 커플댄스 신에서 여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아름다운 장면도 있습니다.

 

주인공 DJ(나타샤 리온)와 그의 아빠 조(우디 앨런), 엄마 스테피(골디 혼), 스테피와 재혼한 앨런(밥 댄드릿지)과 가족들 이야기입니다. 

 

사실 정말 재밌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가족 구성원들 각각의 웃긴 스토리가 많지만, DJ의 내레이션을 중심으로 흐름이 산만해지지 않으며 이야기가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그러나 사실 영화의 마지막 씬에서 다시 확인되는 조와 스테피의 감정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될 수 없는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가족의 코미디가 아닌 조의 사랑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결말이 영화의 완결성을 상당히 해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뮤지컬 씬 외에 스토리의 가치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대중은 아름다운 댄스 씬을 기억할지 몰라도, 그것은 제 생각에 도덕적이지 않은 내용을 미화하고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가치가 부합된 이미지가 너무 아름답게 만들어져버린 것입니다. 









 

그에 비해 최근작 <카페 소사이어티>에서는 어느 정도 스토리의 무게감이 감지됩니다.

 

우디 앨런은 이 영화를 '선택에 관한 영화' 라고 말했습니다.

 

인생의 수많은 선택 중 이 영화는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것은 아닌) 사랑의 선택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남자 사이에서 한 여자는 선택을 했습니다.

 

여자와 선택받지 못한 남자는 서로를 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의 마음은 요동칩니다. 

 

가족들과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화려한 new year's day 파티에서, 두 남녀가 짙은 회한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회한의 이미지는 마치 파티장의 꽃가루와 파티클처럼 아련하게 쏟아지고 쌓이는 것입니다. 








사실 인생에서 선택이 아닌 것은 없습니다.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이 결과를 낳는 행위"가 아닌 행위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선택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이라는 특수한 선택 이후에 오는 결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선택을 한 것은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이지만 선택에서 버려진 남자 역시 끝없이 괴로워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녀도 "선택해야 했다" 그 뿐이지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선택' 이 있으니, 바로 종교입니다. 


생전 온갖 못된 짓을 해도 모든 죄를 사하여 주시는 주님을 찾아가는 사람들


내세에 대한 믿음 하나로 종교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도 담겨 있습니다. 


그리하여 종교를 선택한 자의 최후는 어떤가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의 불완전하고 이기적인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음엔 더 재밌고 아름다운 영화들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