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Coco, 2017) 

디즈니와 픽사, 리 언크리치(Lee Unkrich) 감독과 여러 스태프들의 노고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메시지는, 누구의 이야기라고 해야 옳은 귀속이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의 가족주의' '픽사의 독립적 인물관' 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디즈니와 픽사가 위와 같은 일관된 메시지의 작품을 내놓아왔고, 이 작품에서 그 두 가치가 분명 발견된다 하더라도

코코라는 여러 사람의 노력의 결과를 제작사의 아이덴티티로 일축해버리는 듯한 평가는 옳지 않아 보입니다.

나아가 제작사라는 거대한 자본이 마치 단일 예술가처럼 묘사되는 현상도 관찰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글은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코코라는 영화의 이미지와 메시지에 대해 (짧고 부족한 생각이지만)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메시지


영화의 '이미지', 또는 '비주얼'과 '메시지'가 딱 잘라 구분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영화의 서사를 하나의 텍스트로 생각하여 중심 메시지를 파악해보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이 영화라는 영상예술에 대한 정당한 대우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요

 

 

코코는 등장인물의 이름입니다. 그가 등장하는 비율은 그리 크지 않지만 아무튼 이 영화의 제목은 '코코' 입니다.

그것이 하필 제목으로서 강조되는 이유는 코코가 의미하는 바를 강조하려는 제작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코코는 이 영화에서 삶의 세계(이승)와 죽음의 세계(저승)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가 됩니다.

그의 기억은 저승의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이 제목이 됨으로써 '매개성'이 강조되는데요. 이 강조는 영화에 등장하는 두 세계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표면적으로 <코코>에서의 이승과 저승은 평등한 세계가 아닙니다.

저승의 유지와 풍요로움은 전적으로 이승의 기억과 의례에 달려 있습니다.

산 자들의 기억과 제물은 중요한 자원이며, 이것에 따라 저승에서의 빈부격차가 나타납니다.

기억되지 못한 외로운 자들의 슬럼가가 형성되기도 하죠.

 


어찌 보면 이승에 종속된 저승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구분된 세계도 아닙니다. 완전한 소멸로 가기 전 모두가 거쳐야 하는 공간입니다.

연결된 두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저승이 이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간이 느끼는 것도 그러하죠.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은 난무하지만 그 세계가 우리에게 물리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정확히 그것을 반영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동시에 정확히 반영하는 또 다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자들의 사회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상상입니다. 

우리는 죽은자들의 영혼에 대한 상상, 기억의 보존과 전승, 의례 등을 통해 죽은 자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냅니다. 

그것이 산 자들의 사회에서 통합 등의 기능을 하게 됩니다. 



<코코>는 그러한 산 자들의 상상을 그대로 비주얼화하였습니다. 

어린 미구엘이 저승에서 마주한 'great great grandma' 고조할머니를 비롯한 증조~고조~대 가족들은

모두 미구엘을 보자마자 누군지 알고 있죠. 죽은 자들이 가족을 항상 돌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죽은 자들의 유대는 산 자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고, 여전히 가족들은 함께 살아가며

이승의 가족의 새로운 통합을 이루는 물리적인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코코와 미구엘이라는 매개를 통해 저승과 이승은 종속적 관계에 머물지 않고 상호 필요성을 획득합니다.

"죽음은 언제나 살아 숨쉬며 산자들의 사회를 이루는 한 부분이 된다"는 역사적 사실을 비주얼화한 것입니다.

따라서 <코코>는 죽음이 없는 듯, 죽음을 피하기 위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죽음과 의례가 사회통합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2. 이미지


관람객평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 죽은 가족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 죽음의 세계를 '영상미' 있게 표현했다

라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코코>를 인상깊게 본 사람들은 아마 한동안 오색의 불빛이 가득한 저승의 이미지를 간직할 것입니다.

'죽음' '저승'이라는 단어에 필연적으로 드리워진 두려움과 어둠의 색채를

<코코>는 찬란한 빛으로 덮었습니다. 

죽음마저 활기차고 해학적으로 그려낸 애니메이션의 힘. 이를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사람들은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에서 즐거운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단순히 저승의 이야기를 이렇게나 화려하게 다룬 것이었다면, 이러한 이미지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승이 이승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죽음과 의례가 산 자들의 삶에 한 부분이 된다는 메시지와 연결되면 

<코코>가 그려낸 저승은 성공적인 이미지가 됩니다. 특히나 타켓층은 아이들이니까요. 

완전히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텍스트적 메시지와 결합하여 효과적인 이미지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애니메이션 기술이 날로 발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점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더 사실적인 이미지에 부딪히게 될까요. 

우리는 우리가 성취한 현실과 제공된 이미지를 언제까지고 구별할 수 있을까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