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땐뽀걸즈>(2016) - 이승문 감독. 다큐멘터리
거제여상. 거제여자상업고등학교의 댄스스포츠 동아리 학생들과 가족들, 그리고 담당교사 이규호 선생님의 삶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상상마당 배급으로 많은 대중이 접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많은 호평도 받았던 작품입니다.
네이버영화 관람객 9점대 평점을 유지하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
평가들을 키워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모든 관객들의 의견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1. '따뜻한', '아름다운' '추억'
2. '조명받지 못한, 치열한 삶'
3. 남성/어른의 시선으로 재단되지 않은 여고생들.
4. 거제의 지역적 특성과 삶의 연관
1. '추억' - '(댄스스포츠가) 아줌마 되면 언젠가 생각 안 나겠나' 라는 이규호선생님의 말은, 그가 학생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때 '추억' 이라는 키워드는 영화를 보고 학창시절, 은사님 등을 떠올린 사람들의 감정, 어린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함축합니다. 이는 '학창시절' 이라는 어른들의 기억의 전유물을 다룬 영화를 통해 쉽게 촉발되는 반응입니다.
또한 이 키워드는 관객들 각각의 구체적인 추억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학생들의 삶에 연민을 느끼고, 이규호선생님이 그들에게 '추억'을 선물한다는 말에, 그리고 그들에게 정말 땐뽀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믿음, 그 일련의 서사에서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후자의 반응은 이 영화의 다큐멘터리라는 존재론적 지위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메시지,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꾸며낸 서사가 아닌 이들이 실존한다는 믿음입니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더 인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합니다. 내가 보는 배우가 마스크가 아닌 정말 그 사람이니까요. 영화가 하나의 세계, 소우주가 아닌 우리 세계의 다른 곳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따라서 '추억' 으로 대표되는 감정은 그것이 다큐멘터리일수록 증폭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조명받지 못한, 치열한 삶'
또한 많은 사람들이 조명받지 못했던 , 그러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삶을 드러낸 이 영화의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사람들의 삶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것이죠. 이는 <땐뽀걸즈>에 국한되지 않으며 정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평가입니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 이러한 평가가 다큐멘터리로서는 아주 고마운 이야기이지만, 영화로서는 부족한 성취라는 것입니다. 조명받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인정받게 하는 것은 매일매일 티비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지요. 다큐멘터리 영화를 영화로서 평가하고자 할 때는, 조명받지 못한 삶을 다룬다는 것은 '잘한 것' 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것' 입니다. 그것이 어떤 앵글, 어떤 쇼트, 편집을 통해 이미지화되었는지에 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3. 남성/어른의 시선으로 재단되지 않은 여고생들
시사적인 지적입니다. 남성의 시선, 그것의 재현에 대한 경계심이 한국사회에서 최고조로 높은 오늘날이기에 이 다큐멘터리는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가진 강력한 능력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연출되지 않은, 또는 최소한으로 연출된 '주체'들. 다큐멘터리는 대중영화가 끊임없이 주입하는 반성 없는 특정 집단의 이미지화에 대항하기 위한 좋은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4. 거제의 지역적 특성과 삶의 연관
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거제 조선소의 스카이 샷. 맑은 하늘을 뚫을 듯 솟아있는 거대한 크레인과 장비들이 즐비한 조선소 부지는, 마치 신축 아파트를 홍보하는 영상, 또는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신도시의 홍보 영상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이 조선소는 배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다. 기계들은 움직이지 않고 인부들도 없습니다. 조선소에서 일했던 땐뽀반 학생의 아버지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 서울로 떠나게 됩니다.
위풍당당한 조선소의 모습은 땐뽀반 학생들, 그리고 가족들의 삶과 적절한 대비를 이룹니다. 선생님의 텃밭과 조선소의 기계들. 갈등도 겪고 행복도 맛보는 사람의 삶과 항상 같은 모습으로 굳어 있는 크레인들. 쇠락한 조선산업과 그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삶이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 영화는 인물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만, 거제의 현 상황을 알고 있다면 이 이미지들은 충분히 강력한 영향을 발휘합니다.
이처럼 대중은 여러 반응을 보입니다. 이를 나열한 이유는, 이 작품의 존재론적 지위와 감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란 무엇일까요? 다큐멘터리일까요, 영화일까요? 그 둘은 구분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것은 예술일까요?
보편적인 도식에 의하면 이 작품은 영화 중에서도 다큐멘터리일 것이고, 영화는 예술의 한 종류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예술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바라볼 때는 어느 관점에 입각해야 하는 것일까요? 물론 이런 문제에 대해 관객으로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미지로 소통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예술의 지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예술의 지위를 가집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을 예술로서 대하면 어떤 이미지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그 속성에 집중할 것입니다.
위의 반응 중에서는, 크레인을 담은 스카이 샷과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모습이 어떻게 대비되면서 어떤 인상을 남기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동시에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 특정 지위와 특정 공간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얼마나 왜곡 없이, 시의적으로 잘 보여주는지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 작품은 한 편의 완결된 영화로서 대중에게 주어졌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영화로서의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로서의 영화로 이 작품을 대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 비평은 관객과 영화 사이 간극에 제대로 다리를 놓아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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