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식'(modular) 제품들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모듈 여러개를 가지고 있다면 원하는 대로 재조합하여 다양한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죠
그 중에서도 모듈식 가구(modular furniture)라는 것은 1960년대에도 있었지만
오늘날 인테리어업계의 트렌드로 부상하여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 증가로 사람들의 취향/유행주기가 짧아지고 공간변화가 잦아졌으며,
1년이 채 안되게 쓰이고 버려지는 값싼 가구들의 환경 파괴 문제,
잦은 이사로 인한 가구의 부피 문제 등 여러 요인들의 영향입니다.
이 글에서는 기존 모듈가구업계 리더들과 업계 동향,
국내 모듈가구 분야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모듈가구의 거장들
↑ 한국 2018년 4월 출시예정인 이케아의 첫번째 모듈소파 '델락티그/Delaktig' ↑
(사진출처 이케아)
↑ 독일 디자이너 베르너 아이슬링거(Werner Aisslinger)의 모듈소파 'Bikini Island' ↑
(사진출처 스튜디오 아이슬링거)
유럽/북미 시장에서는 2017년의 인테리어 트렌드로
패션(옷)과의 결합(fashion), 밝은 색채(bright hue)와 함께 모듈가구(modular furniture system, modularity)가 꼽혔습니다.
2017년은 이케아에서 처음으로 영국 디자이너 톰 딕슨과 함께 모듈 소파 'Delaktig' 를 출시한 해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가구디자이너 베르너 아이슬링거의 모듈가구 비키니 아일랜드도 있구요
아직 모듈이 주종목이 아닌 고가브랜드에서 모듈가구를 전격적으로 출시한 사례는 없지만 전망은 밝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모듈가구시장의 리더는 누구일까요
가장 유명한 두 브랜드는 덴마크의 몬타나(Montana)와 스위스의 USM 입니다.
1. Montana http://www.montana.dk/en/home/
덴마크에서 1982년부터 생산되고 있는 몬타나 모듈은
42가지 색상. 36개의 모듈. 4가지의 깊이(depth. 선반의 수납 깊이) 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구는 실용적이고, 아름답고, 환경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주로 벽에 못을 박아 거는 형식이며(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설치방법)
모듈을 추가하여 붙일 수도, 다리를 붙여 바닥에 세울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139.2 x 82.2 x 38 cm 사이즈의 수납장이 약 1695유로, 그러니까 약 225만원입니다.
↑ 몬타나 2017년 카탈로그 ↑
↑ 139.2 x 82.2 x 38 cm 사이즈의 수납장(1695유로, 한화 약 225만원) ↑
(사진출처 몬타나)
2. USM https://www.usm.com/en/
이번엔 스위스입니다. 모듈가구 역시 유럽이 선두하네요. 무려 1961년부터 모듈을 생산해왔습니다.
경제적 이윤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회사의 비전입니다 (솔직해서 좋습니다)
그 공적(?)을 인정받아 USM의 대표모델인 USM Haller는 2001년 뉴욕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구전시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세계 각국에 쇼룸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가격도 ...
152.4 x 76.2 x 38.1 cm 사이즈의 4칸 수납장이 2,356달러, 약 254만원입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나중에 재조합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구매시 직접 사이즈와 컬러를 디자인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유롭게 색상과 크기 등을 3D로 디자인해볼 수 있는 configurator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 USM 의 대표적인 수납시리즈 USM Haller ↑
↑ 152.4 x 76.2 x 38.1 cm 4칸 수납장. 2,356달러, 약 254만원 ↑
(사진출처 USM)
한국에서는 현재 LBB furniture라는 곳에서 USM과 비슷한 모듈가구를 제조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대는 조금 낮습니다. 150 x 37.5 x 40.4 cm 4칸 장이 145만원.
까사온 등에서도 모듈이라는 이름의 것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마음껏 용도와 모양을 변형할 수 있는 모듈가구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모듈가구의 혁신들
새로운 트렌드가 된 모듈가구, 어떤 제품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을까요?
한국 시장부터 살펴봅시다. 아래 소개할 두 제품 모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얻었던) 것들입니다.
1. 뼈대와 디자인의 일치, 5가지 부품으로 만드는 빌드웰러(builddweller)
약 한달 전 260%의 달성률로 펀딩에 성공한 빌드웰러
5가지 부품으로 조합하는 모듈가구입니다.
조인트, 프레임, 브레이싱 엔드(수평, 수직 축 이외의 축을 지탱하는 연결부), 플레이트, 풋 다섯가지로
품질에 대한 메이커들의 정성과 자부심이 가득하다는 것을 사이트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현재까지는) 위의 9가지 조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자작나무 합판을 활용하여 나무로 된 가구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원래 있던 가구가 질릴 경우, 새로운 것이 필요할 경우,
몇 개의 부품만 추가하면 새로운 가구를 만들 수 있게 되죠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은 자작나무 합판, 투명플레이트 등은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입니다.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모듈가구의 장점을 패키징에도 담아
키트 역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 캣타워 ↑
↑ 암체어 ↑
보통 모듈가구 하면 가장 심플한 모양에, 재조합하면 용도는 바뀌지만 외관은 큰 변화가 없는
상자쌓기씩 실루엣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빌드웰러는 최소한의 부품들로 조립한다는 모듈가구의 아이덴티티를 디자인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가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그것 자체를 하나의 디자인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국 모듈가구의 큰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빌드웰러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builddweller/
빌드웰러 크라우드펀딩(종료) :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7019
(사진출처 와디즈)
2. 종이로 만든 모듈가구, 팀버
현재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중이며, 2018년 3월 22일 현재 종료 18일이 남았지만
목표액의 208퍼센트를 달성한 종이 선반장 모듈입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크라우드펀딩에 안착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소재 중에서 메이커들이 '종이' 에 집중한 이유는
높은 재활용률, 가벼운 무게 대비 견고함(60kg 까지 견딜 수 있으나 선반 흔들림 우려로 10kg 이내 수납 권고)
간단한 조립(공구 필요없음) 등 입니다.
위처럼 부품은 종이 모듈(프레임, 플레이트 등)과 조립을 위한 리벳입니다.
부품들로 위와 같은 조합, 총 46가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마치 공간박스를 쌓듯 사각형의 선반을 늘리고 줄일 수 있는 형식입니다.
만들 수 있는 가구들의 종류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종이라는 소재의 가벼움, 견고함, 환경친화적 특성이 강력한 장점들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조합과 디자인이 기대됩니다.
팀버 크라우드펀딩(진행중) :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6748
(사진출처 와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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