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ofdesign.net)
업사이클링 upcycling 이란, 버려지는 것들을 창의적으로 이용하여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해 내는 재활용 recycling을 강조하는 용어입니다.
모듈가구와 함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가구/인테리어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가구도 싸게 구입하고 손쉽게 버리고 빨리 바꾸는 시대에, 업사이클링과 모듈가구는 폐기물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대안이죠
업사이클링 가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소재에 대한 지식과 공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그 전에 우리는 어떤 브랜드들이 어떤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 업사이클링 가구에 대한 인지도 낮음. 꾸준한 움직임들
북미, 유럽 시장에서는 업사이클링과 모듈 가구가 가장 앞서가는 테크놀로지와 디자인을 차용하며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을 돕는다는 이미지에 힘입어 매우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론 아주 고가가 책정되어 있고 여러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구업계가 엄청나게 호황이라고 하지만 이케아를 따라가는 패스트퍼니처(fast furniture :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가구)
그리고 다양한 디자인의 고급화, 두 움직임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업사이클링 가구를 위해 힘쓰는 움직임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1. 코니페블 "고재 원목 수납장" http://connie20.cafe24.com/
국내 홈퍼니싱 브랜드 코니페블은 (요즘 대부분의 홈퍼니싱 온라인몰이 그러하듯) '감성 유니크'를 제창하며
퀄리티 높고 중가 정도의 가격대에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업사이클링 가구인데요
↑ 안나 그릇장(콘솔겸용). 84만원 ↑
↑ 메리 미닫이유리장. 1단 42만원 ↑
옛집의 벽채, 나무보, 서까래 등(주로 참나무)을 사용하여 만들었습니다.
가격대는 좀 있는 편이지만
한국적이며 빈티지한 느낌으로 업사이클링과 '감성'을 잘 연결시킨 제품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구성과 실용성이 뛰어나다면) 입소문을 타고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네요.
사진출처 : 코니페블
2. 드웰러스 : 사용자와 환경을 건강하게 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구. https://dwellers.kr/
2014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시작한 디자인그룹 일오일사(ILOILSA)
오래된 선박을 해체하여 얻은 보트우드와 티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가구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입니다.
오랜 시간 자연의 여과 없는 풍파를 그대로 견뎌온 목재들이라 뒤틀림 없이 튼튼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워지며
따라서 가구 하나하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개체가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한 가구들에 입혀지면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이 되는데요.
↑ 보트우드 glass cabinet, 약 64만원 ↑
↑ 80 coffee table / tv stand , 약 57만원 ↑
↑ Desk with a yellow drawer, 82만원 ↑
따뜻한 느낌의 목재에, 조금은 날카로운 디자인을 입어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외관을 갖췄습니다.
단색의 인더스트리얼한 공간에 가져다 놓으면 오히려 시너지를 발휘할 듯한 가구들입니다.
업사이클링의 스토리도 갖추고 있으니
한국 업사이클링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 : 드웰러스
3. 커피박 (커피찌꺼기) 업사이클링
동네 카페를 지나가다 보면 테이크아웃잔이나 비닐에 추출이 끝난 커피찌꺼기를 놓아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악취제거, 화분흙 대용 등, 이 검은 가루의 활용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가구 자재로도 업사이클링됩니다.
커피박에 열과 압력을 가하고 에폭시나 플라스틱을 섞어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구 자재는 접착제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라 등급을 부여받는데
여러 대기업들이 친환경/인체 무해 가구로 마케팅하는 것들은 대부분 E0 등급입니다.
커피박을 활용한 자재는 E0보다 더더욱 안전한 Super E0 등급입니다.
스타벅스 광화문역점에는 이것을 활용한 커뮤니티테이블이 비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커피박 자재로 만든 가정용 커피테이블은 "한때" 한샘과 '밀크트리'라는 홈퍼니싱 브랜드에서 콜라보하여 판매했었는데요,
↑J 테이블 옴브레. 커피박으로 만든 상판과 잡지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걸개 ↑
꽤나 창의적인 디자인, 컬러 선정입니다.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네요 ㅜㅜ
그러나 밀크트리에서는 시계와 커피코스터 등 여전히 커피박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http://milk-tree.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46&cate_no=24&display_group=1
사진출처 : 밀크트리
독일 Pentatonic, The Future is Rubbish
유럽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업사이클링의 대표주자는 독일에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보물로(Trash into Treasure)' 또는 '미래는 쓰레기다(The Future is Rubbish)'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이 사람들은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을까요.
사실 그들은 제품을 만들기 이전에 소재를 만드는 공학자들입니다.
✺ PLYFIX : 울처럼 부드러운 플라스틱 섬유
✺ SPRX(“Self Reinforced Polymer Matrix”) : 니트 조직과 같은 짜임새를 갖춘 플라스틱 매트리스
✺ rPC : 재활용 폴리카보네이트. 단단하고 가벼움
✺스마트폰 유리 : 재활용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 최고급 소재. 온도변화와 스크래치에 강함
위와 같은 재활용 소재들을 활용하여 의자, 테이블, 소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소재뿐만 아니라 가구에도 철학이 있습니다.
- 하나의 제품은 무조건 하나의 원료로만 만듭니다. ( 예 : 재활용 플라스틱 패브릭과 재활용 플라스틱 프레임으로 만든 의자) 그래야 또 다시 업사이클링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높이와 크기, 색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일종의 모듈식 가구입니다.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재활용 기업의 모범적 철학입니다. 사실 내구성이 높고 모듈식인 제품은 자사 물건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영의 기본 원칙과 어긋나지요.
그러나 이런 철학으로 브랜드를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은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굳은 신념에서 나올 것이며
이것이 다시 브랜드이미지와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렇다면 제품을 보겠습니다.
↑ Pentatonic Airtool Chair. 가격 약 199파운드(약 30만원) ↑
플라스틱 물병 약 61개, 플라스틱 음식포장재 84개, 알루미늄 캔 22개가 들어간 의자입니다.
상판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지만 울처럼 부드러운 Plyfix 패브릭입니다. 방수/통풍 기능이 좋으며 거칠게 물로 씻어내도 상관이 없습니다.
오염과 부식에 강한 것은 당연합니다.
야외에서 막 사용해도 좋습니다.
다리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펜타토닉만의 인체공학적 디자인 시스템 '에어툴airtool' 입니다.
조립에는 나사 등 어떤 부속품도 필요하지 않으며 상판 / 다리 교체와 각도 / 높이 조절이 용이합니다.
이런 색도 있습니다.
테이블도 있습니다. 재활용 플라스틱 / Plyfix 중에서 상판선택이 가능합니다. 다리는 에어툴 시스템이라 높이 조절이 가능합니다.
스마트폰 유리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식기들. 오브제로 놓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쿠션입니다. 쿠션 하나에 플라스틱 병 30개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베를린스러운 디자인들입니다.
↑ Fractured 시리즈 ↑
뉴욕 디자인그룹 Snarkitecture과 공동 작업한 의자입니다.
하나의 벤치로 보이는 의자는 사실 쪼개진 두 의자가 붙어 있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하나의 벤치가 쪼개져 두 의자가 된 것입니다.
이들은 이것은 전체인가, 부분인가? 그 자체인가, 파괴된 것인가? 테이블 하나인가 두개인가? 아니면 이것들 전부인가? .. 라는 물음을 통해 디자인의 관습에서 벗어나는 실험, 예술- 디자인 - 소재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실천'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인류의 삶에 대한 고민,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고민 등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또한 각각 매우 어려운 문제로 보여지는 것들을 동시에 해내고 있습니다. 정말 멋있습니다.
미국 업사이클링의 클래식, EMECO
↑ 1944 Navy chair, emeco 의자의 시작. (약 80만원!) ↑
"의자를 만듭니다. 주로 수작업으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영원한 의자를"
Emeco사는 1944년 해체되어 폐기 직전인 알루미늄을 강화하여 해군들이 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자로 만들었습니다.
온갖 것들을 썩게 만드는 소금기, 잦은 흔들림에서 오는 충격 등에 너무나도 강해 해군만을 위해 지속적으로 위 의자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1990년, 뉴욕의 디자인 호텔들에 이 군대 보급품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https://www.emeco.net/story 에서 읽어보세요. 상당히 재밌습니다 (!)
아무튼 이후 프랑스의 저명한 디자이너 Philippe Starck 과의 협업으로 2000년 뉴욕의 Hudson 호텔을 위한 Hudson 의자가 탄생했습니다.
1944 의자의 소재와 디자인 기초는 그대로 유지한 작품입니다.
바로 이 의자입니다.
이는 곧바로 뉴욕현대미술관 MOMA의 영구전시물로 등록됩니다.
↑ Hudson 시리즈 ↑
곧바로 에메코는 다른 디자이너들과도 활발한 협업을 펼치게 됩니다.
↑ BMW 콜라보 ↑
↑ Alfi 시리즈 ↑
콜라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코카콜라와 함께 한 111 Navy Collection 인데요.
콜라를 담기에는 최적이지만 쓰레기 처리 문제를 낳는 플라스틱 병을 이용해 의자를 만든 것입니다.
페트병 111개가 들어간다고 하여 111 Navy Collection
위의 의자들입니다. 더욱 다양한 색상들이 있습니다.
역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으며 매우 튼튼하고 거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한화로 30만원대 중반입니다.
이렇게 '영원한 의자'들을 만들어 대면 에메코 역시 물건을 계속 구입해 줄 손님이 없다는 문제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여기에 에메코는 새로운 소비자, 새로운 국가를 시장으로 이윤추구를 해나갈 것이며 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확산시키겠다고 대답합니다.
사실 업사이클링 가구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업들이 힘쓰고 있는 그 가치의 확산이 이루어지고 업사이클링이 좀더 일반화된다면
가격도 자연스레 낮춰지고 기술도 발전하여 더 다양한 디자인 , 선택지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우리도 좀 더 관심을 갖고, 구매는 어렵더라도 지지의 움직임을 보여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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