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지마켓 칼백화점) 



이클렉틱, 또는 이클레틱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영어로는 eclectic. 네이버 영한사전에 의하면 그 뜻은 (격식) 절충적인; 다방면에 걸친 << 이라고 합니다. 


파생어인 eclecticism 이클레티시즘은 주로 '절충주의'로 번역됩니다. 


예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철학과 심리학 등 학문의 영역에서도 잘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다양한 사조, 다양한 갈래에서 필요한 요소들만을 취사선택한다는 의미입니다. 




↑ 구글 'eclectic' 검색결과 ↑




그러나 구글과 네이버, 핀터레스트에 'eclectic' 또는 '이클렉틱'을 검색하면


90퍼센트 이상의 검색결과가 인테리어에 관한 글과 사진들임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다양한 분야에 쓰여온 이 형용사가, 어떻게 주거 스타일을 전담하게 되었을까요? 


일단, 사람들은 어떻게  '이클렉틱 인테리어'를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봅시다. 






(사진출처: 리빙센스 네이버 포스트)



한 국내 인테리어디자이너가 제안한 이클렉틱 스타일의 집입니다. 


글에서는 이 디자이너의 인테리어를 "전통적인 모로칸 문양, 정갈한 한옥 문살을 모티브로 한 커스텀메이드 가구들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걸 공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클렉틱의 존재 기반은 다양한 소스들입니다. 모로칸이나 한옥처럼, 듣는이에게 특정 이미지를 손쉽게 연상시키는 고유한 스타일들, 소스들이 있어야  그것들에서의 차용, 스타일의 어우러짐도 가능한 것이죠. 


그래서 많은 이클렉틱 이미지들은 모로칸이나 아프리칸, 북유럽처럼 어느 지역을 상징하는 디자인의 소품이나 가구를 두세개씩 포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출처: https://www.dorisleslieblau.com/blog/make-way-eclectic-home-decor/)




위 사진들은 미국 러그rug 쇼핑몰 도리스 레슬리 블라우(Doris Leslie Blau)에서 제안한 이클렉틱 인테리어들입니다. 


컬러와 소품들이 정말 다양하고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건들이 많은 만큼, '조화'라는 것을 파악하기도 힘든 점이 있습니다. 


하여간 이 글은 성공적인 이클렉틱 디자인을 위한 원칙들을 제안하고 있는데요, 


'선명한 대조(edgy contrast)'가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좋아하는 것들을 잘 섞어보라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색의 대조, 빈티지와 신상의 대조, 글램과 보헤미안의 대조 등 







핀터레스트에 eclectic을 검색하면 위와 같은 이미지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벽에 온갖 것을 걸어놓았습니다. 거울, 사진, 액자, 시계, ... 


이것을 보면 이클렉틱은 그냥 '무작정 모아놓기'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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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클렉틱 스타일의 정체는, 사전적 정의에 충실하게도 어떤 전형적인 이미지를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보헤미안' 이나 '고딕' 처럼, 특정 이미지들이 부착되는 방식으로 스타일이 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고유명사가 아니며 혼종적인 것들은 모두 이클렉틱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집니다. 


달리 말하면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새로운 고유성으로 탄생하기 직전의 후보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클렉틱 이미지를 검색해보면, 온갖 것들이 모여 다소 복잡하고 여백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클렉틱이라는 단어는 주로 인테리어/공간에 사용되고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홈퍼니싱 영역에서도 새로운 스타일이 무한히 태어나고 또 다음 유행의 주기를 기다리며 잠시 잊혀지는 사이클이 빨라진 현실을 반영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물건들은 계속 시장에 공급되고 , 유행 주기는 갈수록 짧아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소품과 가구를 구입하게 되는데, 그것을 버리지 않으면 물건들의 스타일이 하나로 묶이기 어렵습니다. 작년에 유행하던 것, 저번 계절에 유행했던 것...


그리하여 집에 쌓여 있는 잡다한 소품과 가구들, 또는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창고에 쌓여있는 기업의 상품들을 하나로 묶어 뭔가 있어보이게 해주는 좋은 단어, 이클렉틱을 찾게 된 것입니다. 


패션에서의 '믹스매치' 현상과 비슷합니다.




그러므로, 이클렉틱 스타일에 도전해보고싶다면, 집에 있는 좋아하는 것들을 벽에도 잔뜩 걸고 천장에도 잔뜩 붙이고 여기저기 잘 쌓아보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당신의 이름을 붙인 스타일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