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8> 2018, 감독 게리 로스





몸값 이름값 높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헬레나 본햄 카터,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리한나...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별 것 없다는 평가도 많지만,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아이콘의 출연, 그리고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팀이라는 장르적 개척은 


지금 우리 사회의 구조에 가장 큰 토론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해 볼 여러 지점들을 제공합니다. 


대한민국의 20대 여성으로써 저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을 갖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의 능력 부족으로 아직...


그래서 이 글은 어떤 영화가 어떤 화두들을 던져주는지만 짚어보는, 부족하고 불완전한 메모에 그친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1. 장르의 여성주의적 전용


여성으로 이뤄진 범죄집단을 소재로 한 것이 단순히 새로움만을 위한 것이 아닌, 어떤 여성주의적 시도임은 명백합니다. 


Ocean's 숫자 시리즈가 지금까지 남성을 중심으로 한 그룹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데비(산드라 블록)의 한마디가 크리티컬합니다. "남자가 끼면 남자만 주목받고 여자는 무시받아. 남자는 안돼"  


그래서 팀은 모두 여성이고, 각자의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거침없는 팀웍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단순한'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이 영화를 바라볼 때,  이런 시도가 이뤄졌다는 것 자체에,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인물의 어떤 아우라에만 찬사를 보낸다면


중요한 지점들을 놓치게 됩니다. 


또한 이러한 시도가 처음인 것도 아닙니다. 여러 할리우드 영화에서, 그리고 수많은 여성주의 인디영화에서 땀흘려 일궈왔던 성과들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직 평가를 내리기엔 부족한, 그런 지점들을 몇 가지 짚어 보겠습니다. 





1) 여자화장실 전략 : 


목걸이를 훔치는 작전의 가장 핵심 장소인 여자화장실. 


이 장소를 사각지대로 사수하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이 집중됩니다.


그러나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곳, 까르띠에의 건장한 보디가드들은 당연히 이 곳을 수색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출입을 무력 저항 없이 막은 것은 데비의 당당함, '여자화장실이야!'라는 말의 반복입니다. 


결국 가드들은 침입하지 못하고, 핵심 범행 현장을 당연히 놓치게 됩니다. 


'여자화장실' 이라는 말의 힘은 무엇일까요.


이는 도둑들이 남성들에게 '젠틀맨'이 될것을 요구하며 , 'lady'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례입니다. 


남성을 배제한 도적단의 핵심 전략 중 하나가, 기존의 성별구조를 활용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만 합니다. 


어느 상황에서도 남자는 여자화장실에 들어와서는 안된다. 'gentleman' 이 되라는 요구는 여성에게 정숙할 것을 요구하는 것 만큼 억압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을 어떤 식으로 바라볼지는, 각자가 서 있는 여성주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2) 다프네 클루거 : 이중성의 전략


이 영화에서 대놓고 '이중성'을 담지하는 다프네 클루거, 그녀는 사회적으로는 기억력도 나쁘고 외모에 대한 집착과 질투에 넘치는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런 이미지를 제대로 연기하여 자신을 파는 똑똑한 여성이죠. 'I love my job!'


또한 '바비인형같다'는 말에 발끈하면서도 좋아하는 그런 면모들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인물을 극의 중심에 놓는 전략이 어떻게 읽힐지 역시 여성주의적 입장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1)의 문제와 연결되어서, 사회적 억압으로 작용하는 여성성을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여성을 제시하는 것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2. 여성과 아름다움 



<오션스8>의 카메라가 비추는 여성들과 보석들, 그것은 너무나도 전형적인 광고의 앵글을 따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오늘날 광고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을 하지만


보석, 악세사리를 아주 느리게, 그 빛을 강조하며 관능적인 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것, 


'패션 포르노'라는 비평처럼 , 온갖 색으로 개성있게 꾸민 주인공들을 패션쇼의 인물들처럼 카메라와 눈을 마주한 채 당당하게 걷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여기서 저는 순간 옷과 보석이 주인공이 되는 광고의 이미지들을 보았습니다. 


이 이미지들과, 그것들이 물신화되는, 아직 존속하는 어떤 사회적 욕망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볼거리를 빵빵하게 제공해야 하는 영화로써 그런 이미지들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피했겠지만 


아름다움이란 결국 비싼 보석과 같은 것, 또는 런웨이나 레드카펫의 셀러브리티의 이미지와 같은 것일까요?


영화의 입장을 그런 것에 대한 비판으로 읽기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여튼 이 영화에는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걸려 있습니다. 


여성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은 완전히 타파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절충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등등.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느 관객층이든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영화가 페미니즘으로 이미 과열된 한국사회 논쟁의 장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너무나 미적지근하고, 어쩌면 그냥 킬링타임 케이퍼 무비로 보이기 때문입니다.